<흔한 소개팅 대화>
남 : 영화 좋아하세요?
나 : 아니요, 별로요
남 : 아 그러면 음악듣는건 좋아하세요?
나 : 아.. 잘 안들어요.
남 : 여자분들 공연..좋아하시던데, 연극 뮤지컬 같은 공연은요?
나 : 거의 보러갈 일이 없어요.
남 : (하.........) 그럼 취미가 뭐에요??
나 : 좋아하는거요? 등산이요!
그렇다.
내 아이디 '우드리(wood Lee)' 는
오드리(햅번)의 오마주가 아닌 것이다..ㅎㅎ
제주도 사는 친한 후배가
각종 나무를 보고 감탄하고 있는 나에게
운전하다가 지나가는 말로 작명해준건데
너무 마음에 들어 그ㄸㅐ부터 찰떡같이 쓰고 있다.
(심대장, 작명비는 말이야.....................................알랴뷰)
좋은 산, 가고싶은 산들은 많지만
보통은 최소 하루, 혹은 그 이상을 비워 놓고 움직여야하는
거리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쉬움을 '달래주는' 참 고마운 산이 있다.
바로 북한산.
북한산은 진입로가 여러군데 있지만,
그 중 북한산성 입구는
집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40~4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꽤나 가까운 거리이다.
(3호선 구파발역에서 내려서 북한산성입구방향 버스타면 오케이)
그리고 근교의 산이라고 믿겨지지 않는 웅장한 자태.
올해는 자주가지는 못했는데
1월에 문수봉으로 한번 다녀오고
지난달인 6월초, 올들어 두번째로
후배 둘과 함께 백운대를 찾았다.
후배 두명은, 등산을 두세번정도 같이 다녀본 멤바였는데
S는 완전 날라다녔던 전적이 있었고
K는 작은 체구에, 체력이 딱히 믿음직(?)스럽지는 않은 스타일이었다.
(반전..k는 요즘 북한산에 일주일에 한번씩 가는 산쟁이 다됨..ㅎㅎ)
원효봉에 가면 어떻냐는 K의 제안에
난 '잘 이끌어줄테니 백운대로 가자'고 꼬셨고,
언니와 함께라면(이런존재로 인식되어있음..) 왠지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홀랑 넘어왔다. ㅎㅎㅎ
북한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인 백운대는 해발 838m로
아주 높지는 않지만 오고 가는길이 초보자에겐(남자라도) 수월하지 않다.
특히 막판코스는 경사가 급한 바위지형이라,
나도 처음엔 줄잡고 올라가는 게 좀 무서웠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최악의 기억은, 2018년 2월, 눈이 다 녹았을거라고 생각하고
아이젠 없이 백운대를 갔던 날이다. 정말 큰일이 날뻔...함..ㅜ)
그렇게 2020년의 첫 백운대를 영접하러 출발!
몇주간 주말에 비가오고 간만에 화창한 토욜이었다.
여러모로 신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등산을 시작했는데....
인생지사 새옹지마라 했던가..(으..응??)
우려했던 K 가 아닌
슬립온을 신고도 날라다녔던 S가..그런 S가...
초중반부터 매우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중간중간 자주쉬고, 당보충하고,
S의 가방을 내가 메고가는 조치를 취하면서
백운대의 마지막 난코스, 바위코스에 다다랐다.
'이제 거의 다 왔어. 할수 있겠지?'
줄잡고 바위를 오르기 직전, S에게 물었다.
사색(?)이 된 얼굴로 끄덕이는 S......
마지막 코스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다.
(날씨버프에다 심지어 부처님 오신날.....코로나때문에 늦게오심..)
로프를 잡고 일렬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치고 나갈 수도, 뒤로 돌아갈수도 없는 상황.
거의 행렬에 밀려 앞으로 나가듯 했다.
뒤를 돌아보며 조금 뒤쳐지긴 했지만
S가 올라오는 걸 확인하고
나도 열심히 정상을 향하여..ㄱㄱ
이제 태극기가 보이는 정상 코앞.
백운대 바위에서 인증샷을 찍으려고
줄서서 기다리면서
K와 나는 조금 뒤쳐져 있었던 S를 기다렸다.
그런데
우리랑 떨어져있던 거리에 비해 너무 늦게 오는데??
전화를 해보려고 했지만 ..OMG!!
S의 전화기가 내가 메고 있는 S의 가방안에 있었...
20분쯤 기다렸나?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S 였ㄷ ㅏ.
사정인 즉슨, 중간에 도저히 못올라가겠어서
옆 바위쪽으로 빠져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
옆에분의 핸드폰을 빌려서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인증샷만 찍고 얼른 내려가겠다 이야기하고
우린 차례를 기다려 사진을 찍었다.
다시 인파에 밀려 내려가던 중,
저 멀리 S가 우리에게 손을 흔드는 것이 보였다.
점점 가까이 다가가니,
S 옆에 어떤 남자분이 커다란 방송용 카메라로
내려오는 우리와 S를 번갈아 찍고 있는것이 아닌가..
카메라에 적혀있는 프로그램명은..
'KBS 다큐3일'
다큐3일은 내가 꽤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다.
한 장소, 혹은 한 직업군의 3일간의 모습을 취재하는 다큐프로그램.
사람냄새 나는 다큐랄까?
피디님께서 다큐3일 북한산편을 찍던 중이었는데
S가 울.면.서 바위에서 내려오는걸 보고
(ㄱㅓ의 뭐 '나 찍으세요...'하는 먹잇감 수준...ㅎㅎㅎ)
S를 도와주시면서 조금 안정된 후 인터뷰를 했다는 것이다.
취업준비에 대한 인터뷰를 하면서도 울먹..였다는.....
이정도면 방송 나오고 싶은거지..??
옛다 받아먹어라 방송국놈들. ㅎㅎㅎㅎ
나와 K에게도 짧은 인터뷰를 시도하셨는데
카메라 울렁증이라는게 이런것인가..
내가 봐도 편집이 예상되는 답변만 주절주절 ㅎㅎ
결국..?
예상적중! ㅎㅎ 우리 인터뷰는 다 짤리고
S는 꽤 비중있게 방송에 나왔다.
[628회]다큐멘터리 3일 - KBS
[숨쉬다 - 북한산국립공원 72시간] 북한산은 서울특별시 북부와 고양시의 경계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매우 뛰어난 곳이다. 대한민국 오악에 포함되는 명산이자 정산인 백운대는 836m의 높이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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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는 내려오는 내내 창피하다고 백번은 이야기 했지만,
눈앞에 백운대를 두고도 포기해야했던 S에게
보상처럼 멋진 추억이 생긴것 같아서
나는 참 기분이 좋았다.
귀여운 S ㅎㅎ
아, 하나더!! 이날 생태계 이상현상 발견.
아주 징그럽게 생긴 애벌레들이 너~무 많았다.
계곡에서 점심을 먹으면서도 몇번을 튕겨냈는지 모른다.
방제하시는 북한산 국립공원 직원분들도 계실정도..
지난겨울이 너무 따뜻해서 부화율이 높아져 발생한 현상이라고 하는데,
요즘 이렇게 벌레들 개체수가 비정상적으로 많아진 현상을
뉴스를 통해 자주 접하게 된다.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953737
주택가 덮친 '매미나방 애벌레'…털에 '독성' 있어 주의해야
지난해 여름, 전국을 뒤덮었던 매미나방 떼를 기억하시나요?나비처럼 생긴 외래해충인데요.올해엔 좀 더 빨리 좀 더 많이 찾아왔습..
news.jtbc.joins.com
https://news.joins.com/article/23827843
서울 한복판 등산객 비명···'오징어 썩은내' 대벌레떼 덮쳤다(영상)
갑자기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등산로 여기저기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이 곤충의 정체.
news.joins.com
여름은 원래 벌레가 득세하는 계절이긴 하지만
이런 비정상적인 이상현상은 왠지 마음을 무겁게한다.
뭐 이야기가 또 옆으로 샜다.
하산 후 우리는 나의 북한산 근방 최애 까페인
'포인트 빌'로 향했다.
포인트빌은 남동생이 결혼장소로 찜해놓을 정도로
아름답고 경치가 환상적인 곳이다.
고로, 따로 포스팅할 예정이다.
할거다. 꼭. 바로 이어서 ㅎㅎㅎ
나랑..또 북한산 갈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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